헌칠한 벌판에 능금꽃이 피고, 나무가 우거지고, 벼이삭이 무거울 때에는, 그래도 마을은 기름지게 빛나더니, 이제 풍성한 윤택을 잃은 마을은 하는 수 없이 가난한 참혹한 꼴을 그대로 드러내 놓았다.
나는 마을의 현실에서 눈을 덮고 풍성한 자연 속에서 노래를 찾으려 하고, 책상 위에 쌓인 활자의 산속에서 진리를 캐려고 애썼는데...
하루, 10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돈키호테적, 햄릿적 방황을 하던 내가 능금꽃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무엇일지 한번 따라가 보자.
이효석
(1907. 2. 23. ∼ 1942. 5. 25.)
호는 가산으로, 수필을 쓰는 듯한 필체로 서정적인 분위기의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단편소설 작가이다.
1928년 도시와 유령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등단 후 동반자작가로 활동하였으나, 1933년 정지용등과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구인회에 참가하면서 고향을 그리는 향토적인 표현을 하거나, 성(性)에 대한 본능에 대한 작품을 집필하게 된다.